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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정폭력까지 신고 권유?...의사가 ‘신’인가

김우남 의원, 성인 가정폭력·성범죄 신고 권유 의료법 개정안 발의


의사가 아동·청소년대상 성범죄 발생사실을 알게 될 경우 수사기관 신고를 의무화 한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이 시행되더니, 이제는 가정폭력범죄를 당한 것으로 의심되는 경우 환자에게 신고를 권유하도록 한 의료법 개정안이 발의돼, 법안이 개정될 경우 의사들에게 부담으로 작용할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 시행에 따라, 의료인들은 직무를 수행하면서 아동 성범죄의 발생 사실을 알게 된 경우 수사기관에 신고해야만 하도록 돼 있다.

아울러 가정폭력범죄를 알게 된 경우에도 ‘가정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에 따라, 수사기관에 신고하도록 의무화 돼 있다.


그런데 이번에는 성인 환자가 가정폭력이나 성폭력을 당한 것으로 의심되는 경우 해당 환자에게 수사기관에 신고할 것을 권유하도록 하는 의료법 개정안이 발의돼, 의료계 일각으로부터 의사의 윤리적 의무를 지나치게 법률로 규정하려 한다는 빈축을 사고 있다.

새정치민주연합 김우남 의원은 지난달 26일 의료인이 가정폭력이나 성폭력을 당한 것으로 의심이 되는 경우 성인 환자에게도 수사기관에 신고할 것을 권유하도록 하는 의료법 개정안을 대표발의해 의료계의 우려를 사고 있다.


김 의원은 문제의 의료법 개정안 발의 이유를, 의료인이 의료행위를 하면서 환자가 가정폭력이나 성폭력을 당한 것으로 의심되는 상황을 만나게 되는 경우가 종종 발생하지만, 환자가 아동이나 청소년이 아닐 경우 대부분의 의료인이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고 있는 상황을 개선하기 위한 것이라고 밝히고 있다.

이에 대해 모 의료계 지도자는 “생명이 위급한 환자가 병의원을 찾아와 긴급한 수술을 받아야하는 경우, 아동과 청소년이 아닌 성인이라 할지라도 문진시 성폭력을 당한 적이 있는지 일일이 확인하고, 해당 수사기관에 신고하게 한 후 수술을 해야 하는 것이냐”고 반문하면서 개탄했다.


그는 특히 “의사라는 직업상 다른 직군에 비해 높은 윤리의식이 요구되는 직업이라는 사회적 인식을 일부 국회의원들이 이용해, 의사들의 직업윤리측면을 과하게 법률로 규정함으로써 의사들에게 부담을 지우고 있다”고 꼬집었다.

또 다른 의료계 관계자도 “아동이나 청소년 성범죄는 그렇다고 하더라도 성인 대상 가정폭력이나 성범죄에 대해서 의료인으로서 치료보다 사실상 수사기관이 해야 할 조사책임을 의료인에게 떠넘기겠다는 것이나 마찬가지”라고 분개했다.


이어 “만일 수사기관 신고 권유 의무를 다하려고 하다, 응급환자의 처치가 늦어져 제 때 치료했으면 발생하지 않았을 부작용이나 합병증이 발생한다면 그 책임은 누가 지는 것인가”라면서 “의료는 학문과 윤리 그리고 법률적 문제가 매우 복잡하게 얽혀있는 분야다. 비전문가들이 단순하게 생각해 접근할 사안이 아니다”고 지적했다.


특히 “성인을 대상으로 한 가정폭력이나 성폭행 범죄는 수사기관들도 환자가 입은 상처만으로 범죄사실을 확증하기 힘든 특징이 있다. 그런 상황에서 의료진이 함부로 환자에게 개인사생활에 해당하는 부분에 대한 의심이나 추정만으로 신고를 권유할 경우 오히려 그에 대한 법적 책임을 져야 할 수도 있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의사가 ‘신’도 아니고, 이러한 문제들까지 무리하게 추정 또는 예단해서 수사를 권유하도록 부담을 주는 것은 의료인의 원활한 진료에 도움이 되질 않는다. 특히 이런 것까지 법으로 규정해버리면 의사들이 환자 진료에 필요한 의학적 술기와 지식을 익히는 것 이상으로 법률 공부까지 해야 하는 이중고를 겪게 된다”고 덧붙였다.


의료계는 이런 법률이 발의되거나 제정·시행될 때마다 법률적 규정에 앞선 대안들을 마련해 시행해, 그 대안들의 실효성이 없다고 판단될 경우 의료계와의 협의를 거쳐 관련 법률을 제정해야 한다고 끊임없이 요구해왔다.


법 규제의 실효성과 적절성이 떨어져 보인다는 의료계의 지적이 국회 법안 심의과정에서 고려되길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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