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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급차를 영업용 택시로 둔갑시키는 마술사?

복지부, 구급차에 미터기·신용카드 결제시스템 장착 의무화...


보건복지부가 최근 ‘응급구급차 관리·운용 지침’을 개정하면서 모든 응급구급차에 미터기와 신용카드 결제시스템 장착을 의무화' 해 의료계의 반발을 사고 있다. 환자 응급이송에 대한 현실과 병원측의 장비 마련 부담을 고려하지 않은 탁상행정의 극치라는 지적이다.


이번에 개정된 응급구급차 관리·운용 지침에 따르면 모든 응급구급차에 미터기와 신용카드 결제시스템을 오는 11월 중순까지 장착해야 하며, 이를 어길 시에는 처벌을 받도록 돼있다.


이에 대해 지방의 한 병원장은 “응급구급차의 목적이 응급환자 이송 및 응급의료 장비 등의 운반이라는 것을 보건의료 주무부처인 복지부가 알고나 있는지 의심스럽다”고 실소했다.


현재 응급구급차를 운용하는 자가 구급차를 이용해 응급환자 등을 이송했을 때는 응급환자로부터 이송·처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돼 있다.


때문에 정부는 이번 지침 개정을 통해 환자들의 부담을 줄여주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이에 대해 역시 지방의 모 병원장은 “정부의 의도는 이송·처치료 징수시 병원과 환자와의 갈등을 줄여주려고 하는 순순한 의도에서 출발 했을 것”이라면서도 “그 의도가 순수하더라도 미터기와 카드 결제기 장착을 획일적으로 의무화하는 것은 모순이 크다.”고 주장했다.


그는 “대부분 지역 의료기관에서는 가까운 거리를 운행하면서 구급차 이용료를 받지 않고 있는 현실이다. 또한 장거리 이송시에는 129 등 환자이송업체에서 대부분 담당하고 있다”면서 “병원의 응급구급차에 미터기와 카트결제 시스템을 장착한다고 하더라도 환자의 부담은 거의 줄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번 지침 개정은 복지부가 항상 그렇듯이 현장의 목소리는 외면한 채 책상머리 생각만으로 정책을 만들어 시행하는 것”이라며 “탁상행정의 극치다. 이런 식이라면 병원문을 닫을 때가 곧 올 것”이라고 분개와 함께 개탄했다.


또 다른 서울의 모 병원장은 “미터기와 카드 결제기를 설치하는데 약 400만원의 비용이 소요된다고 한다”면서 “현재 중소병원급 의료기관에서 2~3대, 의원급에서 1대 정도의 응급구급차를 운용하고 있는 것이 일반적이다. 현재 전국적으로 7000여 대의 응급구급차가 의료기관에 의해 운용되고 있다는데, 여기에 미터기와 카드결제기를 모두 장착하려면 약 280억원을 전국 병의원에서 추가로 부담해야 한다”며 탄식했다.

그는 “가뜩이나 지방에서 병의원을 운영하기가 어려운 상황에서 다시 비용을 부담하려고 하니 해도 해도 너무한다는 생각이 든다. 복지부의 모든 정책은 환자의 건강에 가치에 두어야 하는데, 이번 정책은 그것과는 아무 연관성이 없어 보인다. 복지부가 의사의 전문성을 무시하는데 재미를 붙여 응급구급차까지 영업용 택시로 둔갑시키는 일을 서슴없이 하고 있다. 이런식이라면 복지부가 존재할 필요가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모 의료계 인사는 “복지부가 미터기 회사나 카드 회사들과 짜고 커미션을 챙기려는 수작일 수도 있다는 의심마저 든다. 이런 정책이 추진될 때마다 복지부에 대한 의료계의 신뢰가 회복되기는 불가능하다는 생각이 든다”고 다소 격앙된 반응을 보였다.


복지부가 의료계 현장의 목소리를 겸허하게 들어가면서 현실성 있는 정책을 펴주기를 바라는 의료계의 바람이 그렇게 요원한 것일까 하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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