혜민의원, 김경진 원장
문형표 보건복지부 장관은 2014년 10월 14일(월) 국정감사에서 ‘노인정액제’에 대한 국회의원들의 문제점 지적과 개선을 요구하자, 문형표 장관은 적극적으로 개선을 검토하겠다는 답변으로 국민과 의료계의 갈채를 받았다.
이는 주무부처 장관으로서 시간이 지날수록 증가하는 노인 인구와 변해가는 의료계의 상황속에서진정으로 노인들에게 필요한 정책이 무엇인가를 파악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계기가 됐다.
그런데 지난 1월 14일(수) 보건복지부는 노인정액제 기준금액 상향조정과 관련된 정책은 계획된 바 없다는 입장을 발표했다. 이와같은 행동은 장관 스스로가 문제가 있음을 알고 시인했지만 이에 대한 대책은 마련하지 않겠다는 것이 아닌가?
결국 정부 스스로 대국민과의 약속을 아무일 없었다는 듯이 공염불로 만든 것이다.
무지해서 개선하지 않는 것은 무능한 것이지만, 문제점을 알면서도 개선하지 않겠다는 발표를 하는 것은 직무유기이며 국민을 우롱하는 것이다.
지금의 박근혜 정부는 노인들과 중장년층의 적극적인 지지 덕분에 탄생한 정권으로, 타 어느 정권보다도 노인을 위한 정책에 힘을 쏟아도 부족할 판에 오히려 노인들의 권익을 저해하고 있다.
정부는 국민건강보험은 최근 3년간 흑자를 기록하고 있음에도, 가장 기본적이면서 필수적인 건강을 지키기 위한 ‘의료기관 이용권’ 을 불합리한 경제적 수단을 통해 제한하고 있는 것이다.
의사들은 환자를 치료할 때, 수술이나 처치, 투약 등으로만 병을 다스리지 않는다. 의료행위를 하기에 앞서 진심으로 환자를 위하고 사랑하는 마음을 가지고 의사-환자간 소통을 위한 라포를 형성해야 제대로 치료를 할 수 있는 것이다.
그러나 작금의 정부에서 발표 · 추진중인 정책들을 살펴보면, 의사와 환자 사이의 제대로 된 소통을 이룰 수 없도록 만드는 정책과 조금 더 살을 붙여 표현하면 진료 방해까지도 야기하고 있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든다.
의사는 환자에게 치료의 한 수단으로 용기를 북돋아주고 희망을 심어주며 긍정적인 마음을 가질 수 있도록 도와주어야 하는데, 도저히 우리나라의 현 상황에서는 불가능한 일로 굳어져만 가고 있어 안타깝다.
원가에도 미치지 못하는 저수가로 생계를 걱정해야 하고, 과도하다 못해 가혹한 각종 의료관련 법과 규제들, 사보험사의 영업활동에 우왕좌왕하는 정책들, 그때 그때 이슈화되는 사건 때문에 급조돼 일관성도 없고 실효성에 대한 검증 없이 추진되는 졸속 정책 등은 의사들을 온전히 환자진료에만 전념할 수 없도록 만들고 있다.
정부에서 발표한 보건 · 의료 관련 규제기요틴은 바로 이러한 내용들이 반영됐어야 하는데, 오히려 정치인들의 선심정책과 포퓰리즘의 최고수단으로 변모해 버린 의료정책에서는 불가능한 일처럼 매도되고 있다.
국민들마저도 납득이나 동의하지 못하는 상황속에서 정부는 규제기요틴이라는 경제논리를 내세워 독단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것이다.
과거 여러정부가 보건 · 의료의 주체중 하나이고, 전문가인 의료인들의 의견을 무시하고 다양한 의료정책을 밀어붙여 실패를 겪어왔으나 누구하나 책임지는 일 없이 쉬쉬하며 지나갔다.
앞으로 얼마나 더 많은 보건 · 의료 정책들이 전문가와 소통하지 않고 그들의 의견에 귀를 기울이지 않은 채 무작정 시행되고 난뒤, 실패한 정책으로 밝혀져야 정부는 깨달을 것인가?
의료인들에게 면허정지를 남발하고 있는 것처럼, 실패한 정책을 추진한 정치인에게는 엄중한 책임을 물어 단죄해야 반복되는 무책임한 정책의 발표 · 추진이 줄어들 것이다.
노인정액제 개선 약속 번복처럼, 많은 논란과 갈등을 야기시키는 의료정책들에 대해서, 진정으로 국민의 건강과 행복을 위한 정책인지 정책기안자들과 실행자들은 가슴에 손을 얹고 곰곰이 생각해 보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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