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격의료 당위성 제공 위험...의협은 ‘의견수렴’ 중
“만성질환자 비대면관리(전화상담) 시범사업을 반대한다.”
대한의원협회가 조만간 시행 예정인 만성질환자 관리 수가 시범사업에 대해 반대한다는 입장을 피력했다.
의원협회는 30일 성명을 내어, 만성질환자 비대면관리 시범사업에 반대 입장을 분명하게 표명한다고 밝혔다.
의원협회는 먼저 “7월부터 시행 예정이던 만성질환자 비대면관리(전화상담) 시범사업이 연기되었다고 한다. 시행을 위한 준비 기간이 촉박해 현실적으로 7월 1일부터 들어가기는 어렵다는 것이 그 이유이다. 문제는 이 사안이 의료계 내의 심도 깊은 논의 없이 진행되고 있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보건복지부는 지난 6월 3일 만성질환 재진환자를 대상으로 '대면진료→비대면 관리→대면진료' 3단계로 진행되는 '만성질환 관리수가 시범사업' 추진 계획을 공개한 바 있다. 비대면 관리 단계에서는 환자가 측정한 정보를 주기적으로 관찰·분석하고 환자의 혈압·혈당 등 정보를 확인하고, 필요 시 전화 상담을 실시하며, 수가는 월 1회 교육·관리·전화상담 서비스를 제공한 경우 환자당 월평균 2만7000원 수준이다.
의원협회는 “만성질환자가 내원하지 않았을 때의 상태를 모니터링하고 이에 대한 적정한 수가를 책정한다는 명제에는 반대하지 않는다. 그러나 이 시범사업에는 다양한 문제점들을 내포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의원협회가 가장 우려하는 것은 전화상담 인정은 원격진료의 당위성을 제공할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 진료현장에서 환자와 전화상담을 하는 경우가 있으나 아직은 전화상담에 대한 수가가 없어, 이에 대한 수가를 책정한다는 것이 일견 적절해 보일 수도 있다. 그러나 전화상담이 활성화되는 경우 환자들은 대면진료보다 편한 전화상담을 더욱 선호하게 되어 자칫 대면진료의 가치가 하락하고 더 나아가 ‘진료’의 개념 자체가 왜곡되는 상황이 발생할 수도 있다는 지적이다.
원격모니터링이 시행되고 의료전달체계의 붕괴를 유도할 수 있다는 우려도 했다. 비대면 관리 단계에서 환자가 측정한 정보를 주기적으로 관찰·분석하고 환자의 혈압·혈당 등 정보를 확인하는 과정이 있다. 즉, 환자가 의료기관 밖에서 측정한 자료를 분석하고 확인하는 것인데, 과연 이 자료를 어떻게 측정하고 전송하고 수집할 것이냐다. 결국 원격모니터링이 될 수밖에 없다는 우려다.
의원협회는 “의료산업화라는 미명하에 결국 병원급 의료기관으로 확대되어 의료전달체계가 붕괴되는 원인이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외에도 지불제도 개편의 단초가 될 수 있다는 우려도 했다. 시범사업의 수가 적용방안은 “실시단계에 따른 행위를 구분하며, 각 행위별 특성에 따라 행위별 수가 또는 월정액 수가 지급”이라고 한다. 즉, 환자에게 행해지는 개별 행위에 대해 행위별로 수가를 보상하는 것이 아닌, 월정액으로 지급할 수도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결국 만성질환자에 대한 인두제로의 지불제도 개편의 단초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의원협회는 “인두제는 그 동안 의료계에서 지속적으로 반대했던 지불제도이다. 이 시범사업을 통해 월정액 지급과 같은 인두제의 변형된 지불제도가 시행되는 것에 대해 결코 찬성할 수 없다”고 밝혔다.
한편, 대한의사협회는 만성질환 관리 수가 시범사업에 대한 찬반 선언을 유보하고 있다. 현재 16개 시도의사회와 전문과의사회들의 의견을 수렴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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