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주 에덴산부인과, 김재연 원장
의협 선거는 원격의료, 잘못된 건보제도 개선, 악법 등을 해결할 수 있는 대표를 뽑는게 중요하다. 그리고 선거는 프레임이 얼마나 잘 짜여 있는지 여부도 중요하다.
지금까지 대한의사협회는 투쟁을 계속해왔고, 앞으로도 계속할 예정이지만 지금까지 투쟁으로 손에 쥔 것은 없다는 점이다. 이 점이야말로 선거를 통해 선택하는 중요한 기준이 될 수 있다.
후보들의 공약은 대정부 투쟁과 내부 개혁으로 요약된다. 2013년 말부터 불거진 원격의료와 의료영리화 이슈가 여전히 진행형이며, 지난해 말 급작스럽게 터진 한의사의 현대 의료기기 사용 허용(보건의료 규제기요틴) 논란은 의협의 대정부 투쟁 노선을 보다 확고하게 만들고 있다. 후보들의 공약에 한결같이 '투쟁'이란 단어가 포함된 것은 의협이 처한 현재와 앞으로의 상황을 여실히 보여준다.
의협 내부 의사결정 구조 개혁에 대한 회원들의 요구도 후보들의 공약속에 녹아들어 있다. 사상 초유의 의협회장 불신임 사태의 도화선이 됐던 '사원총회'와 회원의 직접 의견 수렴을 위한 회원투표제 도입 등이 공약으로 제시됐다. 저수가 등 건보제도 개선, 전공의 등 젊은 회원을 위한 정책들도 후보들의 다짐 속에 빠짐없이 등장했다.
후보들은 23일 선관위 주최 합동 토론회를 시작으로 전국 시도의사회, 전공의협의회, 여의사회 등이 주관하는 토론회를 통해 공약을 홍보하고 자질을 검증받게 된다.
우편투표는 3월 3일~20일, 온라인투표는 3월 18~20일 각각 진행되며 당선자는 3월 20일 오후 7시 이후 선관위를 통해 공식 발표된다. 온라인투표 참여를 원하는 회원은 선거인명부 열람 기간인 1월 27일~2월 25일동안 의협 홈페이지(http://www.kma.org/)나 선관위에서 발송한 문자메시지 링크 등을 통해 참여 여부를 밝히면 된다.
우선 의협 회장 후보중에서 서울시의사회장, 의협 회장의 현직 프리미엄을 가진 두 명의 후보부터 분석했다.
<기호 1번> 임수흠 후보, “국민선택분업 추진, '청년위원회' 구성”
※ 주요약력
△서울의대 졸업 △서울 송파구의사회장 △대한소아청소년과개원의사회장 △의협 상근부회장 △서울특별시의사회장
※ 주요공약
▲국민선택분업 실현 ▲한의사 패악질 근절, 한약재 부작용 및 피해사례 수집하는 '약물센터' 설립 ▲시군구·시도·중앙 단위 '청년위원회' 구성, 각 단위 청년위원장은 의협 상임이사회 부회장급으로 참여 ▲노인정액제 개선 등을 통한 일차의료기관 생존권 보장 ▲상시투쟁체 구축 ▲효율적인 수가 계약 위한 '수가계약위원회' 구성 ▲대의원회 상임위원회 구성, 전문성 강화 ▲호스피탈리스트(입원환자 전담의 및 응급실 당직 전담의) 제도 등 전공의 지원제도 도입
임수흠 후보는 풍부한 경륜과 리더십을 앞세우며 '국민선택분업' 추진을 최대 공약으로 내세웠다. 임 후보는 “의사의 자존심과 권익 앞에 보수나 진보가 따로 없다”며 “지금까지 개인의 이득보다 조직의 이익을 위해 앞장서 왔다. 의사의 길로 들어선 내 자식에게 교과서적인 진료환경을 만들어주기 위해서라도 몸을 바쳐 난국을 돌파하는데 선봉에 서겠다”고 말했다.
임 후보는 과거 경만호 회장 정도는 되는 인물로 이해된다는 의견에 공감이 간다. 주변에 포진한 과거 의협 간부들과 서울시의사회 임원, 구의사회 임원 등과 지역의사회 임원진들이 다수 암묵적인 지원을 하고 있다. 그들은 안정적인 의사회를 통해 다양한 의견 소통이 가능한 후보를 원하기 때문이라고 본다.
그 결과, 결국 의료계 기득권 세력과 우호적인 정책을 정부와 공유하며 공존하기는 쉬우리라고 생각된다. 그러나 그는 개혁은 커녕 과거로 회귀할 가능성도 예상된다.
그렇지만 여기에서 개혁의 의미가 내부의 개혁과 외부의 개혁을 생각할 수 있다고 하더라도 의료 환경 개선의 방법에서 갈등이 필연적인 내부개혁만이 꼭 시급한지는 생각해볼 문제이다.
대정부 협상 과정에서 내부 개혁으로보다 민주화된 조직이 만들어졌다고 해서 외부개혁시 개혁 대상인 정부가 개혁되리라고 단정하기는 어렵다.
그런 이유로 과거 의협의 정부정책의 동반자적인 행태가 모두 다 부정적인 것으로 단정 지어서는 안된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젊은 회원들은 노환규 회장이 개혁이라는 깃발로 독선과 아집으로 난도질 할 때에도 임 후보는 이미 의료계 리더로 활동했다.
일정한 정치적 역할을 통해 전략적으로 회원의 권익을 신장시킬 헤게모니를 가졌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당시 상황에서 오직 나중에 의협 회장을 할 생각에 찍소리도 안하던 사람이라는 인식을 가지고 있기도 하다.
하지만 선거권자의 과반수 이상인 서울지역이라는 프리미엄까지 더해져 당선이 유력한 후보라고 생각되고 있어 기성세대와 단절을 원하는 젊은 세대들의 단결을 촉발하고 있다.
<기호 2번> 추무진 후보, “제2차 의정합의 이행...'회원투표제' 도입”
※ 주요약력
△서울의대 졸업 △경기도 용인시의사회장 △순천향대학교·충북대학교 교수 △대한의사협회 정책이사 △대한의사협회장
※ 주요공약
▲진찰료·의료수가 현실화 등 제2차 의정합의 확실한 이행 ▲원격의료·의료악법 적극 저지 ▲한의대를 의대로 통폐합, 한방건강보험 분리 등 한의사 의료영역 침범에 대한 공세적 대응 ▲의과대학 인증 강화로 의대 입학정원 축소 ▲리베이트쌍벌제 법적 투쟁 ▲회원투표제 도입 ▲전공의 수련환경 개선 ▲여의사 회무 참여 및 모성 보장 ▲회원복지사업 다각화 ▲봉직의·대학교수 회무참여 보장 ▲대국민 봉사활동 지속 추진 ▲'오케이 닥터 데이(OK Dr. Day)' 제정 ▲KMA Policy 제정 등 전문가 권위 회복
추무진 후보는 현직 의협 회장 후보면서 보궐선거에 당선됐지만, 이후의 행보는 정부에서 보면 정책 결정을 주도할 리더로 보지 않았다는 점을 주시할 필요가 있다.
규제 기요틴, 원격의료, 영리의료법인 등 주요정책 결정 과정에서 철저하게 무시된 리더였다. 의협회장은 있었지만 정부 입장에서는 정책 방향을 조율할 리더로 보지 않았다고 보아야 한다.
잔여 임기중 행보를 검증한 결과 임기내 이번 선거를 위한 관리형 의협회장을 하였고, 선거 기간 내내 현직회장 프리미엄을 비교적 잘 유지해 온 사람이다.
그러나 저수가 정책을 바꾸기에는 정부 입장에서 보았을 때, 원격의료 포기나 규제 기요틴 철회 등의 동기부여를 하게 만들기에는 전략과 전술을 운용할 역량이 부족하다. 참모진에 경험 많고 정부와 협상에서 배짱있는 실무 책임자들이 보이지 않는 점을 보면 회원들이 그에게 미래를 맡기기에는 나약한 인상이었다는 생각이 든다. 오히려 임기중 독자적인 미래의 청사진을 보였다면 하는 아쉬움을 갖게 한다.
이번 선거는 관리형 회장보다는 리더십을 갖춘 희망의 지도자가 되어야만 미래의 암울한 한국 의료현실에서 정부와 유관기관을 합리적으로 변화시킬 수 있는 후보로는 부족한 느낌이 들기도 한다.
<기호 3번> 조인성 후보, “피해만 보는 파업투쟁 하지 않겠다...일차의료정상화법 추진, 리베이트쌍벌제 개선”
※ 주요약력
△중앙의대 졸업 △시흥시의사회장 △의협 대외협력이사 △경기도의사회장 △의협 비상대책위원회 위원장
※ 주요공약
▲'일차의료정상화법' 추진 ▲전공의처우개선법(가칭 전공의인권법) 제정 ▲리베이트쌍벌제 관렬법 개정 ▲건정심 개편 위한 건강보험법 개정 ▲원격의료 및 한의사 현대의료기기 사용 허용 저지 ▲피부미용사법·의료기사법·안경사법 국회통과 저지 ▲교수·개원의·병원의·전공의 대표 참여하는 '직역이해관계조정회의' 신설 ▲시간비례 진찰료 할증제 도입 ▲초재진 진찰료 통합 ▲응급실·중환자실·분만실·신생아실 등 공공 필수의료에 대한 국가 지원 통한 병원급 의료기관 경영악화 개선
선거 시작과 동시에 조인성 후보는 “파업 투쟁을 하지 않겠다”고 선언해 눈길을 끌었다. 조 후보는 “파업이라는 방식은 구태가 됐고, 의사들은 사회적 동의를 받을 수 없는 외톨이 신세가 됐다. 회원들에게 피해만 주는 파업 투쟁을 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대신 “정부와 국회에 당당하게 맞서고 꼿꼿이 요구하겠다. 시민사회와 협력해 국민에게 의료계의 속사정을 알리고 설득하겠다”고 자신했다.
조 후보는 선거 출마자 중에서 가장 젊어서 추진력이 있고 경기도 의사회장과 대한의사협회 상임이사와 같은 경력이 풍부하여 조직의 화합을 이루고 리더십을 발휘할 수 있으며 경기도의사회장을 하면서 80%에 이르는 공약이행율로 약속을 지키며 현실감 있는 공약 실천이 가능한 이미지를 보이고 있다.
하지만 풍부한 인적네트워크, 특히 정치인들과의 관계로 우리의 숙원사업들을 쉽게 이루어낼 수 있음을 보이는 경향에 빗대어보면, 젊은 조인성 후보의 추진력과 화합의 리더십으로 의료현안을 해결한다로 가야할 것 같은데 자칫 정치력으로 해결하는 것처럼만 보일 수 있다.
정치력은 젊은 후보에게 어울리지 않다. 정치력을 다른 구호 혹은 다른 프레임으로 바꿔 합리적이거나 화합의 리더십으로 채우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든다.
<기호 4번> 이용민 후보, “강제지정제·쌍벌제 악법 타파...수가협상 개선”
※ 주요약력
△경희의대 졸업 △의권쟁취투쟁위원회(의쟁투) 운영위원 △대한전공의협의회 사무총장 △전국의사총연합 고문 △의협 정책이사
※ 주요공약
▲의약분업 전면개편(병원급은 직능분업, 의원급은 선택분업) ▲한방 흡수통합을 목표로 건강보험·자동차보험 분리부터 추진 ▲원격의료 근원적으로 저지 ▲일반통행식 수가협상 개선 ▲최대 3년간 단계적으로 원가수준의 수가 회복, 이후 물가상승률과 연동 ▲급여심사 합리적 개선 ▲노인정액제 상한선 인상 ▲강제지정제·리베이트쌍벌제·아청법 등 악법 타파 ▲전공의·전임의 착취적 수련환경 개선 위한 수련 및 고용 관련 상설위원회 가동
이용민 후보는 '파업투쟁'을 전면에 내세웠다. “저수가 정상화와 악법 및 규제 철폐를 가능하면 파업 투쟁없이 해결하는 것이 최선이지만 정부 행태로 보아 파업투쟁으로 갈 수 밖에 없는 상황이 필연적으로 닥칠 것이다” 라고 전망했다.
이 후보는 “의권회복을 위해서는 누군가 총대를 메야하며 회장 임기 중에 꼭 감옥에 간다는 각오로 임하면 길은 열릴 것이다” 라고 말했다.
이 후보에 대해서는 잘 알지 못해서인지 노환규 전 회장의 아바타를 보는 인상이다.
<기호 5번> 송후빈 후보, “'사원총회' 명문화, 상시투쟁체 설립”
※ 주요약력
△순천향의대 졸업 △천안시의사회 투쟁위원장·비대위원장 △전국광역시도의사협의회 간사 △투쟁위원회 5인 투쟁위원 △충청남도의사회장
※ 주요공약
▲'사원총회' 정관에 명문화 ▲지역 시도의사회 중앙이사들의 적극적인 회무 참여로 지역 목소리 반영 ▲의료정책연구소 개혁 ▲전국단위 상시 투쟁체와 의사의 날 제정 ▲리베이트 헌법소원 강력 추진 ▲한방도전 뿌리째 근절 ▲의대교수 근무환경 및 처우 개선 전담이사제 도입, 의대교수협의회와 소통을 위한 협의체 구성 ▲봉직의·전임의 전담 콜센터 설치, 표준근로계약서 제정 ▲전공의 수련평가기구 독립, 전공의 노조 활성화 ▲전국단위 의원급 의료기관의 중앙단체 설립
송후빈 후보는 의협의 내부 개혁을 통해 강한 의협을 만들겠다고 공언했다. 내부 개혁 대상은 의협 대의원회다.
송 후보는 이번 선거를 '정의와 불의의 싸움'으로 규정하고 “노환규 전 회장의 탄핵은 투쟁을 두려워하는 일부 기득권층 대의원들에 의해 이뤄진 폭거”라고 비판했다.
그리고 “내부 개혁은 강력한 투쟁으로 이어져 짓밟힌 회원들의 자존심을 회복시킬 것”이라고 강조했다.
송 후보의 경력사항을 살펴보면, 우리들통증의학과의원(원장), 충청남도의사회(회장) 등 지역의회를 거친 리더라는 점이다. 제27대 충청남도의사회 회장, 충청남도의사회 정보이사, 충청남도의사회 법제이사, 천안시의사회 총무이사, 천안시의사회 공보이사 등 경력만으로 보면 지역의사회 임원을 해온 지역의사회 임원으로써 지역 정서를 대변하고 있는 것 같다.
표면적으로는 주장한 공약을 보면, 지역의사회 임원 출신이라는 경력이 무색할 만큼, 사원총회를 주장하고 있으며 젊은 의사들의 기성 세대를 타파하자는 주장에 앞장서겠다는 것으로 비춰진다.
그러나 그의 공약이 실제적으로 당면한 의료현안인 의료정책을 바꿀 수 있는 힘이 되는 합리적 설득과 구체적인 대안 정책의 실현으로만 가능하다는 점이 무시된 인상을 지울수는 없다.
대한의사협회가 지금까지 투쟁을 계속해왔고, 앞으로도 계속되겠지만 투쟁으로 지금까지 손에 쥔 것은 없다는 점과 이에 대한 구체적인 추진 방안이 미흡하다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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