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메디컬포커스

2014년 가을, ‘닥터’로서 나의 자화상

고시환 클리닉, 고시환 원장


25년간 지켜온 진료실이다. 인턴으로서 이른바 3신, 먹는 대는 걸신, 눈치 보는 대는 귀신, 일은 병신이라는 시절을 보내고, 레지던트라는 과정을 거치고 나니 사람이 바뀌었다. 정형외과를 간 친구는 터프함을 정신과 과정을 마친 친구는 자꾸 분석을 하려 든다. ^^


돌아보면 그래도 그 때는 꿈이라는 것을 가지고 자기 전문분야에 대한 자부심으로 누렇게 뜬 얼굴과 더러운 가운을 마치 슈퍼맨의 망토마냥 휘날리며 병동과 응급실을 다니며 내 세상인 듯, 누군가 내 분야에 대한 폄하를 하면 흥분해 때론 다툼도 보이던 시절이었다. 그 때 내 월급이 얼마였더라?


군대를 다녀온 남자들은 마치 실미도 특수부대원이라도 됐었던 듯 평생 그 무용담을 늘어놓고, 시간이 지나면 고갈됨이 아니라 오히려 더 늘어나 듯 아마 의과대학 시절과 병원에서의 트레이닝기간을 말하면 그러하지 않을까 싶다.

2014년의 지금은 얼마나 내 분야에 대한 자부심을 가지고 지키려 하고 있을까? 언제부터인가 동료 선후배의 모임을 다녀오면 맘이 무거워진다. 이유는 단지 현재 병원의 경제적 위기감 때문일까?

대학동기가 참 어려운 일을 또 하나 벌리나 보다. 작지만 글 하나로라도 동참의 기회를 주는데, 영광이면서도 참 부담스럽다. 책도 쓰고, 다양한 곳에 글을 올리고는 했어도, 대부분이 일반인이지 의료인으로서 동료 선후배를 대상으로 하는 글이라 하니 조금은 두렵기도 하고, 한 자 한 자가 조심스럽다. 그 만큼 지금 우리의 모습들이 편하지 못하기 때문이기도 한 듯싶다.

의사로서의 꿈, 2000년 중반 잠시 외국의 어느 대학에 구경꾼으로라도 가보고 싶어 문을 두드리니 준비하라는 서류들이 많다. 그 중 하나가 초등학교부터의 이른바 학적부. 학적부를 보니, 초등학교 3학년부터 장래희망을 적게 되어 있더구만, 우습다. 그 때 뭘 알았기에 장래의 꿈이 의사였을까? 중학교 학적부에도 장래희망란에는 의사, 고등학교 학적부에도 의사, 그러고 보면 난 꿈을 이룬 사람일까? 어릴 적 그 눈높이로의 영웅은 아마도 슈바이처 박사였을 것이고, 중학교와 고등학교적에는 성채나 기타 소설 속 닥터들의 모습을 보며 의사로서의 꿈을 꾸어왔던 듯하다. 하지만, 현실 속 의사는 너무도 달랐다.


인턴시절 MBC였던가? 종합병원이란 신은경, 구본승 등이 나오던 드라마를 숙소에서 보면서들, 의사란 직업 멋진 걸? 우리도 의대 가서 인턴 해보자면서들, 현실과의 다름을 한 탄하던 시절도 있었고, 결코 영화나 소설로 다 전하기 쉽지 않은 과정을 어렵게 마치고 된 의사라는 직업이었기에 그 만큼 더 애착이 강할 수밖에 없을 듯하다.

군을 마치고 삼성에서의 전임의 시절, 길지 못했지만 대학 강단에서 학생보다는 동생 같은 본과생들과 어울리던 시간들, 그러다 이론보다 몸으로 하고픈 것들이 그 때만 해도 젊었던 나를 필드로 내 몰았었나 보다. 개원과 함께 시작했던 사업들.


글을 써봐 하는 동기의 말에 어떤 글을 써야할까 고민을 해보다 사업을 했던 이야기를 쓸까 싶었지만, 이미 지난 시간 속의 일들이기에 오늘은 작게 소개글로 대신하고, 동료 선후배 닥터들과 진료실에서의 이야기들과 또 병원도 사업채의 하나이기에 경영에 대한 앞으로의 이야기나, 아쉬움들을 좀 담아볼까 싶다.


일례로, 후배가 경영서적을 탐독하고 경영컨설팅을 말하기에 다소 싫은 소리를 한 적이 있다. 병원도 사업이기에 경영을 알아야 하는 것은 당연한 것이겠지만, 만약 삼성이 반도체가 없이 경영을 논하던가? 현대자동차가 자동차 기술력의 받쳐줌 없이 글로벌 회사로 만들기 위해 경영진만이 움직이는 것은 아닐 것이다.

병원 경영의 일차는 경쟁력을 가질 수 있는 뭔가를 가지고 있고, 이를 마케팅하고 보여줄 준비를 하여야 하는 것이 순서일 것이다. 환자들은 바보가 아님을 잊어서는 안 되지 않을까? 환자는 항상 비교를 한다. 그 비교는 다른 닥터와의 비교도 있겠고, 또 내 처방이나 말의 변화도 비교할 것이다. 와서 본 모습이 어제나 오늘이 다름없고, 또 믿고 맡긴 내 증상이나 희망의 변화가 없다면 어떤 경영지식도 의미를 가지기 어려울 것이다.


어떤 글을 쓸까 고민하던 중 힘든 일을 시작한 친구의 전화를 받고 맘먹은 글의 방향은 그냥 편하게 우리에 대한 이야기를 써 볼까 싶다. 소아내분비로 성조숙증이나 성장이야기를 쓸까? 이유식이나 영양이야기를? 아니면 사업이야기를? 고민 끝에 그냥 이야기를 써보기로 맘 먹어본다. 진료실에서 동료 선후배에게 느꼈던 이야기를, 환자의 감사함이나 의사로서 험담이거나, 억울함도 수다부리고, 그러면서 잠시나마 사업이란 것을 하고, 망해도 본 경험담으로 시건방진 훈수도 얹어볼까 한다.


의사의 가장 큰 적이 의사가 되서는 안 된다. 대학에선 개원가를 보호해주고, 교육의 순기능을 더 강화시킬 수 있고, 후배 닥터는 새로운 의료지식이 다소 부족할 수 있는 선배닥터의 처방전을 환자 앞에서 평함에 조심해야하고, 기득권의 선배닥터는 힘든 현실 속 후배들에게 길을 인도해주고, 기회를 부여해주어야 하지 않을까?


하긴, 그런 아름다움은 현실 속에서 기대하기 어렵겠지만, 적어도 의사의 적이 의사라는 말은 듣지 않았으면 싶은 마음으로 글을 쓸 수 있었으면 한다.


아침저녁으로 선선한 계절, 개인적으로 26번째 책을 암 환자와 경험자, 그리고 그 가족분들의 면역과 영양관리에 대한 책을 준비 중에 들어온 친구의 귀한 기회에 어떻게 임할지 아직은 고민이 많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방향도 잡히고 내 해야할게 이런 것이구나 하고 정해져 갈 수 있기를 바라면서 선후배, 동료분들의 지적과 조언을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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