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op of page
  • 작성자 사진메디컬포커스

개원해봤니? 난 대학병원서 일 해봤다

고시환 클리닉, 고시환 원장


1차, 2차, 3차 의료기관! 그 기능과 의미, 연계성에 대해 환자들은 얼마나 알고 있을까? 아니, 환자만이 아닌 우리 의료인들은 어떻게 알고 있을까? 의료행정서류나 교과서에 적힌 그런 의미가 아닌, 실생활 속에서 전달되어지는 의료시스템은 얼마나 그 기능을 하고 있는가를 생각해 봤으면 싶다.

대학병원이 쉬는 토요일 한 초진환자가 아이도 없이 들어와 진료의뢰서를 희망한다. 다음 주초 대학병원에 진료예약이 돼있는데 해당병원에서 가까운 의원에 들려 진료의뢰서를 떼 오면 된다 했다나? 상급병원은 일선의원을 대서소로 알고 있는 건 설마 아니겠지?

다소 지난 이야기지만 장중첩증이 염려되는 아이가 있어 보호자 대신 오신 할머님께 설명을 해줬다. 아이가 보이는 증상이나, 병원에 오기 전까지의 증상, 관장소견 등이 다소 정확하지는 않으나 장중첩증이 염려되니 아이가 특정 증상을 반복해서 보이면 응급실을 가야한다.


소견서와 함께 보낸 아이지만, 다음 날 아침 병원을 출근해보니 한 젊은 남자가 매우 화가 난 상태로 날 맞이한다. 밤중에 아이가 힘들어해서 응급실을 가니 응급실 닥터가 “왜? 이제야 왔냐면서 큰 일 날 뻔 했다. 어느 병원에서 진료했냐”고 했다는 것이다. 진료실에서의 설명 유무를 떠나 응급실 인턴의 한 마디가 대학에서 교수랍시고 진료하다 개원한 선배닥터보다 위인가 보다.

시간이 지나 요즘의 대학병원은 개원가에 참 친절하다. 환자들의 전원을 위한 친절인지, 아니면 상급병원 고유의 기능으로 개원가를 지원하기 위한 친절인지는 잘 모르겠으나 많은 달라짐은 보이고 있다. 적어도 행정적인 면에서는...


가을이면 씁쓸해진다. 보건소와 독감접종 경쟁을 해야 한다. 방학 때면 또 씁쓸해진다. 보건소에서 건강교실을 열면서 아이들의 비만이나 성장 등에 대해서 진료해주고, 캠프까지 연다 한다. 건강관리협회나 인구복지협회가 어떤 기능의 단체인지는 모르겠지만, 일선 의료기간과의 백신경쟁이 주업무인 곳은 아닐 듯싶다.

내 상식선에서 일선의원은 환자를 일차적으로 대하면서, 그 중 질병의 성격상 전문적 진료나, 검사, 시술을 필요로 하는 환자를 2차나 3차병원에 의뢰를 하는 것이고, 대학병원의 순기능은 연구와 교육으로서 새로운 의료지식을 받아들이고, 입증하면서 의료일선 현장에 전해주는 것이 아닐까?


보건소의 순기능은 의료행정이 중심이 되면서 국민 보건을 관장하고, 일선의원이나 의료기관들에 대한 지원을 해주면 얼마나 아름다울까? 물론 의료행정 중엔 일선의원이나 의료행위에 대한 감시도 중요할 것이지만, 이 기능만이 유독 더 보이는 건 내 속 좁음 때문일까?


일선 의원과 경쟁구도의 대학병원! 일선 의원보다 우위의 존재로 진료의 질적인 면에서 상하로 생각하는 아주 일부의 대학병원 내 의료진들! 일선 의원급의 의료진 중 대학병원을 거치지 않은 닥터의 비율이 얼마나 될 것인지 생각해봤나. 인턴과정과 전문의 과정을 거치고, 더 나아가 전임의나 교수로 재직하다 의원을 개원한 경우가 대부분일 것이기에 대학병원 내 근무가 벼슬이 되어서는 안 되지 않을까?

너흰 개원해 봤나? 난 대학병원에 근무해 봤다!

물론, 일선의원에서의 진료에 오류가 있다면 이를 지적해주는 것은 매우 고마운 일이지만, 그 방법과 과정은 한 번 생각해봐야 할 부분들이 있을 듯하다. 진료환경과 여건이 대학병원과 의원급에서는 너무도 다를 수 있기에 이를 이해함도 따라야할 것이다.

그 내용과 정도에 따라 다를 수도 있겠지만, 혹여라도 일선 의료에 오류가 있었다 해도 이를 환자에 바로 지적하는 행태는 피해야 할 것이다.

1차, 2차, 3차 진료기관은 그 기능의 특성이 다름이지 등급이 높고 낮음을 말하는 것이 아니며, 일선 의원의 고유기능은 진료를 통해 필요시 2차나 3차병원으로 환자의 진료를 의뢰하는 것이지, 대서소처럼 서류를 꾸며주는 곳은 아니다. 상급의료기관에서 이를 지켜야 환자들도 일선 의원급 의료기관들에 대한 인식이 달라질 수 있을 것이다.

대학과 일선의원은 상호보완하고 교류가 되는 것이지 경쟁이나 일방적 가르침의 대상은 아니라는 점을 유념했으면 한다. 물론, 아주 극히 일부분에 대한 몇몇 돌발사건에 대한 개인적 소견이다. 대부분의 대학 내 선후배 동료들은 너무도 잘 해 주고 있음을 잘 안다. ^^

댓글 0개
bottom of pag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