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쓰림, 위산 과다라는 오해
- 유성철 의학전문기자

- 2025년 12월 16일
- 2분 분량
제산제에 가려진 위산 저하증의 진짜 얼굴

식후에 찾아오는 속쓰림과 위산 역류 증상은 현대인에게 흔한 불편이다. 많은 이들이 이를 ‘위산이 너무 많아서 생긴 문제’로 단정하고 제산제를 찾는다. 하지만 기능의학적 관점에서 보면 이 불편함의 상당수는 오히려 위산 분비가 부족한 위산 저하증(Hypochlorhydria)에서 비롯되는 경우가 적지 않다. 이는 단순한 소화기 증상을 넘어 전신 건강의 불균형을 알리는 신호일 수 있다.
위는 음식물이 들어오면 pH 1.5 내외의 강한 산성 환경을 형성하도록 설계돼 있다. 이 위산은 외부에서 유입된 세균과 바이러스를 사멸시키는 1차 방어선이며, 단백질을 펩신과 함께 분해해 소화를 시작하게 하는 핵심 요소다. 그런데 스트레스, 노화, 만성 염증 등으로 위산 분비가 감소하면 음식물은 충분히 분해되지 못한 채 소장으로 넘어간다. 이 미분해된 단백질과 영양소는 장내 유해균의 먹이가 돼 세균 불균형을 일으키고, 복부 팽만, 가스, 만성 피로, 알레르기 같은 전신 증상으로 이어질 수 있다.
위산 저하는 영양 흡수에도 치명적인 영향을 미친다. 위산은 비타민 B12, 철분, 칼슘, 아연 등의 흡수에 필수적이다. 위산이 부족하면 철분 결핍성 빈혈이 쉽게 개선되지 않고, 칼슘과 마그네슘 흡수 저하로 골다공증 위험도 높아진다. 더 나아가 장 점막 방어력이 약화되면서 장 누수 증후군이 발생하기 쉬워지고, 이는 음식 민감도를 높이며 하시모토 갑상선염을 포함한 자가면역 질환의 발병 위험을 키우는 요인이 된다.
문제는 위산 저하로 인한 속쓰림을 위산 과다로 오인해 프로톤 펌프 억제제(PPI) 같은 제산제를 장기간 복용할 때 발생한다. 제산제는 쓰린 증상을 일시적으로 완화할 수 있지만, 위산 분비를 더 억제해 영양 흡수 장애와 면역 기능 저하라는 구조적 문제를 심화시킨다. 이는 증상을 가리는 치료일 뿐, 근본 원인을 해결하지 못한다.
기능의학은 약으로 증상을 억누르기보다, 위 점막을 손상시키는 만성 스트레스, 음주, 진통소염제(NSAIDs), 헬리코박터 파일로리 감염 같은 요인을 찾고 이를 바로잡는 데 초점을 둔다. 위산은 호르몬 합성과 면역 균형에 필요한 과정에도 관여한다. 따라서 위산을 무조건 억제하기보다, 위장 환경의 균형을 회복하는 것이 중요하다.
위산 저하가 의심되는 경우, 기능의학적 접근은 손상된 위 점막을 치유하고 필요에 따라 베타인 HCL, 펩신, 췌장 효소 같은 소화 보조제를 활용해 소화 능력을 보완한다. 음식이 제대로 분해되고 흡수될 때 비로소 속쓰림은 사라지고, 전신 건강도 함께 회복의 길로 들어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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