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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종 마약 펜타닐의 공포, 과학적 평가 가이드라인이 해법이다

  • 작성자 사진: 유승모 의학전문기자
    유승모 의학전문기자
  • 5일 전
  • 2분 분량

유엔마약범죄사무소, 합성 오피오이드계 신종 마약류 남용 및 의존성 평가 국제 가이드라인 발간... 한국 식약처 지원으로 과학적 규제 기틀 마련


최근 전 세계적으로 좀비 마약이라 불리는 펜타닐 등 합성 오피오이드의 확산세가 심상치 않다. 불법 마약 시장은 하루가 다르게 진화하고 있으며, 규제 당국의 감시망을 피하기 위해 화학 구조를 교묘하게 변형한 신종 향정신성 물질(NPS)이 끊임없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실제로 지난 10년 동안 전 세계적으로 확인된 신종 향정신성 물질의 수는 2013년 254개에서 2025년 기준 약 1,400개로 폭발적인 증가세를 보였다. 이러한 상황에서 유엔마약범죄사무소(UNODC)가 발간한 신종마약류 남용 및 의존성 평가 국제 가이드라인은 인류의 공중보건을 위협하는 신종 마약과의 전쟁에서 강력한 과학적 무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신종 향정신성 물질이란 기존 마약 통제 협약에 의해 규제받지 않으면서도 공중보건에 심각한 위협을 초래하는 물질을 말한다. 여기서 신종이라는 용어는 반드시 새로운 발명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최근 불법적인 목적으로 오남용되어 식별된 물질을 뜻한다. 특히 합성 오피오이드 계열은 강력한 진통 효과와 함께 심각한 호흡 억제 및 의존성을 유발하여 수많은 사망자를 발생시키고 있어 국제적인 감시가 시급한 실정이다.


문제는 새로운 물질이 등장했을 때 이를 법적으로 규제하기 위해서는 해당 물질이 얼마나 위험한지, 기존 마약과 얼마나 유사한지에 대한 명확한 과학적 근거가 필요하다는 점이다. 그러나 신종 물질의 특성상 비교 가능한 고품질의 과학적 데이터가 부족한 경우가 많았다. 이에 UNODC는 회원국들이 자국의 법적 절차에 따라 물질의 과학적 평가를 수행할 수 있도록 표준화된 실험 설계와 평가 지표를 담은 가이드라인을 제시하게 되었다.


이번 가이드라인은 신종 마약류의 약리학적 특성을 규명하기 위한 4단계의 체계적인 평가 절차를 제안하고 있다. 첫 번째 단계는 시험관 내 실험인 방사성 리간드 결합 분석과 기능적 결합 분석이다. 이를 통해 신종 물질이 뇌의 어떤 수용체에 작용하는지, 그리고 그 결합력이 얼마나 강력한지를 1차적으로 선별한다. 이는 해당 물질이 오피오이드 계열인지, 그리고 작용제로서의 효능이 어느 정도인지를 파악하는 기초 단계다.


두 번째 단계는 진통 효과 시험이다. 동물 실험을 통해 약물의 작용 시작 시간, 최대 효과 도달 시간, 작용 지속 시간 등을 평가한다. 이 과정에서 진통 효과를 나타내는 용량과 호흡 억제 등 독성을 유발하는 용량의 차이를 분석하여 안전역을 산출할 수 있다. 이는 약물의 급성 독성과 과다 복용 위험성을 예측하는 데 중요한 지표가 된다.


세 번째 단계는 남용 가능성을 평가하는 행동 시험이다. 여기에는 약물 구별 시험, 자가 투여 시험, 조건 장소 선호도 시험이 포함된다. 특히 자가 투여 시험은 동물이 스스로 약물을 투여하기 위해 레버를 누르는 행동을 관찰함으로써 약물의 강화 효과를 직접적으로 측정하는 방법으로, 남용 가능성 평가의 골드 스탠다드로 불린다.


마지막 네 번째 단계는 의존성 유발 가능성 평가다. 약물을 만성적으로 투여한 뒤 중단하거나 길항제를 투여했을 때 나타나는 금단 증상을 관찰하여 신체적 의존성 형성 여부를 확인한다. 이러한 일련의 과정은 세계보건기구(WHO)가 해당 물질을 국제 마약 통제 협약 리스트에 등재할지를 결정하는 핵심적인 과학적 근거로 활용된다.


주목할 점은 이번 가이드라인 개발 과정에 대한민국 식품의약품안전처의 연구비 지원과 국내 전문가들의 참여가 있었다는 사실이다. 이는 한국이 마약 청정국을 넘어 국제 사회의 마약 퇴치 공조에 주도적인 역할을 하고 있음을 시사한다. 마약류 문제는 한 국가의 노력만으로는 해결하기 어려운 초국경적 과제다. 과학적 검증을 토대로 한 국제 표준의 정립은 신종 마약류의 확산을 조기에 차단하고 국민 건강을 지키는 든든한 방패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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