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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화가 무너지면 건강도 무너진다: 기능의학의 경고

  • 작성자 사진: 유성철 의학전문기자
    유성철 의학전문기자
  • 6일 전
  • 2분 분량
“당신이 먹는 것이 아니라, 흡수한 것이 당신이다” 장 누수·위산 저하·장-뇌 축… 소화 시스템이 흔들릴 때 시작되는 전신 질환의 연결 고리
소화가 무너지면 건강도 무너진다: 기능의학의 경고

우리는 흔히 “당신이 먹는 것이 곧 당신이다(You are what you eat)”라는 말을 듣는다. 하지만 기능의학적 관점에서 이 문장은 충분하지 않다. 더 정확한 표현은 “당신이 소화하고 흡수한 것이 곧 당신이다(You are what you absorb)”다. 아무리 좋은 유기농 식재료나 고가의 영양제를 섭취해도, 몸이 이를 끝까지 분해하고 흡수하지 못한다면 그 순간 그것은 영양소가 아닌 스트레스이자 독소로 전환된다.


기능의학에서는 소화기관을 단순한 음식 통로가 아니라, ‘외부 세계’와 직접 맞닿아 있는 최전선으로 이해한다. 도넛의 구멍이 도넛 자체가 아닌 것처럼, 입에서 항문까지 이어지는 소화관 내부는 여전히 외부 영역이다. 이 경계에서 장 점막은 선택적 투과성을 유지해야 한다. 필요한 영양소는 받아들이고, 세균과 독소, 덜 분해된 단백질은 차단하는 정교한 방어 시스템이 작동해야 한다.


하지만 스트레스, 항생제 남용, 글루텐 등 특정 식이 항원, 환경 독소가 축적되면 이 방어벽이 무너지기 시작한다. 치밀 결합(Tight Junction)이 느슨해지는 ‘장 누수 증후군(Leaky Gut Syndrome)’이 대표적이다. 장벽이 새기 시작하면 소화되지 않은 음식 단백질, 장내 세균 독소(LPS)가 혈류로 유입된다. 면역계는 이를 침입자로 인식해 전신 염증 반응을 유발하고, 알레르기에서부터 자가면역 질환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형태의 만성질환이 촉발된다. 소화 장애가 단순한 복부 불편감을 넘어 전신 면역의 붕괴로 이어질 수 있는 이유다.


장과 뇌가 실시간으로 연결된 장-뇌 축(Gut-Brain Axis) 역시 기능의학이 주목하는 핵심 개념이다. 미주신경을 중심으로 장 상태는 곧바로 뇌의 기능과 정서에 영향을 준다. 행복 호르몬으로 알려진 세로토닌의 90% 이상이 장에서 만들어진다는 사실은 이를 극명하게 보여준다. 장내 미생물 불균형이나 장의 미세 염증은 뇌의 염증을 자극해 우울감, 불안, 집중력 저하, 브레인 포그를 일으킬 수 있다. “속이 불편하면 머리도 아프다”는 오래된 경험적 지식이 현대과학을 통해 사실로 확인되고 있는 셈이다.


소화의 출발점에 해당하는 위산 역시 중요한 변수다. 현대인의 만성 소화 불량 중 상당수가 위산 저하(Hypochlorhydria)에서 비롯된다는 점은 상대적으로 덜 알려져 있다. 위산은 단백질 소화와 세균 억제에 핵심적이지만, 부족해지면 단백질이 덜 분해된 채 부패하며 소장으로 내려가 세균과의 경쟁 환경을 만든다. 이는 곧 SIBO(소장 세균 과증식)로 이어질 수 있다. 또한 위산 저하는 칼슘·마그네슘·아연 등 미네랄 흡수까지 방해하여 전신 피로, 탈모, 면역 저하 등 광범위한 문제를 초래한다.


결국 건강을 지키기 위한 질문은 “무엇을 먹을 것인가”에서 “내가 먹은 것을 몸이 잘 받아들이는가”로 확장되어야 한다. 가장 기본적이지만 강력한 방법은 천천히, 충분히 씹어 먹는 일이다. 이는 소화 효소 분비를 촉진하고 장의 부담을 줄여준다. 더불어 장 점막을 손상시키는 가공식품과 과도한 설탕, 항생제 남용을 피하고, 장 점막 면역(sIgA)을 지키는 생활 습관을 갖춰야 한다. 식이섬유와 발효 식품을 통해 유익균 다양성을 유지하는 것 또한 필수적이다.


소화는 외부의 음식물이 우리 몸의 구성 요소로 바뀌는 가장 근본적 과정이다. 몸의 뿌리인 장을 돌보는 것이 전신 건강의 출발점이라는 사실을 다시 생각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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