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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검체 검사 위수탁체계 개편, 무엇이 문제인가?

  • 윤효상
  • 2025년 12월 17일
  • 2분 분량
위탁검사관리료 폐지, 일차의료 붕괴와 필수의료 고사로 이어질 우려 재정 논리 앞세운 탁상행정…정부 스스로 연구결과도 외면


보건복지부가 환자 안전과 검체검사 질 제고를 명분으로 '검체검사 위수탁체계 개편'을 추진하면서 의료계 전반에 거센 반발이 이어지고 있다.


정부는 위탁검사관리료 10%를 폐지하고 검사료 내에서 위·수탁기관별 수가를 신설하는 방안을 내세우며 대한의사협회가 대승적 차원에서 이를 존중했다고 설명하지만, 의료현장에서는 해당 개편안이 일차의료와 필수의료의 근간을 훼손하는 위험한 정책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이번 개편의 핵심은 그동안 위탁기관인 병·의원이 검체 채취, 정보 관리, 청구 및 정산 등 행정·관리 비용에 대해 보전받아오던 위탁검사관리료 10%를 폐지하고, 검사료 100%를 기준으로 위·수탁기관 간 수가를 재배분하는 구조다.


정부는 과도한 할인 관행과 일부 불합리한 거래 구조를 개선하겠다는 취지를 내세웠지만, 그 결과는 일차의료기관의 생존 기반 자체를 위협하는 방향으로 흐르고 있다는 비판이 지배적이다.


가장 큰 문제는 재정적 타격이다.


개편안이 시행될 경우 개원가 전체에서 약 9,300억 원에 달하는 순손실이 발생할 것으로 추산된다.


특히 위탁검사 비중이 높은 내과, 일반과, 산부인과, 가정의학과 등 9개 진료과목 의원들은 연간 최소 3,000만 원에서 많게는 6,000만 원까지 순이익 감소가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된다.


위탁검사관리료는 단순한 '중간 수수료'가 아니라 진단 결정, 검체 채취, 결과 해석과 상담, 보험 청구 및 삭감 책임 등 고강도의 전문적 업무를 수행하는 데 대한 유일한 공식 보전 장치였다.


이를 폐지하는 것은 책임과 업무는 그대로 둔 채 보상만 제거하는 조치라는 것이 의료계의 공통된 지적이다.


내과의사회는 이번 손실 규모가 3,000억 원 이상에 달해, 사실상 2026년도 의원급 환산지수 인상분을 통째로 회수하는 '기만적인 행태'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이 정책이 필수의료 붕괴를 가속화할 것이라는 우려도 크다.


위탁검사관리료와 상호정산 구조는 지역 일차의료기관 운영의 중요한 버팀목 역할을 해왔는데, 이를 제거할 경우 일차의료는 급속히 위축될 수밖에 없다.


실제로 2026년도 상반기 내과 전공의 지원율이 비수도권에서 31.3%까지 추락한 배경으로 이번 검체검사 위수탁 개편안이 지목되면서, 젊은 의사들에게 "내과에 오지 말라"는 정책적 신호를 주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내과의사회는 내과가 '정책 실패가 만든 멸종 위기과'가 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정책 신뢰를 스스로 훼손했다는 점도 간과할 수 없다.


2023년 보건복지부가 발주한 자체 연구용역 보고서조차 일반적인 진단검사에 대해서는 현행 상호정산 관행을 제도화하는 것이 타당하며, 급격한 제도 변경은 현장 혼란을 초래할 수 있다고 명시적으로 경고했다.

그럼에도 정부는 해당 연구 결과를 사실상 무시한 채 행정 편의와 재정 논리에 매몰돼 일률적인 분리 청구 방식을 밀어붙이고 있다.


국민 건강과 의료체계의 지속 가능성을 위한 제도 개편은 일방적 행정 명령이 아닌 충분한 논의와 합리적 협의에서 출발해야 한다.


정부는 지금이라도 일차의료기관과 필수의료 분야가 수용할 수 있는 보상 방안을 마련하고, 의료계가 주도적으로 참여하는 공식 협의체를 구성해야 한다.

일차의료기관의 전문적 판단과 업무 가치를 인정하는 '임상의사 판단료(Clinical Handling Fee)'와 같은 별도 정책 수가를 신설하는 방안 역시 진지하게 검토할 필요가 있다.

의료계의 절박한 목소리를 외면한 채 독선적 정책 추진을 지속한다면, 이번 사안은 제2의 의정사태로 이어질 수 있음을 정부는 엄중히 인식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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